여행은 수많은 우연과 필연의 연속이다.

리장과 호도협, 샹그릴라를 목적지로 결정하게 된 그 순간부터
그리고 그 계획이 완성되고 실제 채워져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생에 다시 없을 이야기가 있었다.


언제 다시 이런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여행은 수많은 우연과 필연의 연속이기에...

 

LOST IN YUNNAN

Like lost horizon by James Hilton 



원래 이 곳은 목적지가 아니었다. 프랑스의 잘 정돈된 도시와 아늑한 시골마을이 오랜 계획이었다면 무엇인가에 홀린 듯 그 도시는 리장과 샹그릴라가 되고 그림같은 시골마을은 고성과 객잔이 되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사전에 현지에서 가이드를 부탁했던 분과 스케줄이 어긋나 동행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은 것. 어렵게 결심을 했고 아이와 함께 해야 하는 사정을 거듭 말씀드린 끝에 서로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으로 겨우 여행일정 확정. 돌이켜 보면 꼭 그 일정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는데... 하지만 그 선택 속에서 꼭 한번 마주하고 싶었던 풍경을 만나고 이웃들을 만났다. 삶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언제일 지 모를 다음의 행선지도 마음 속에 정하게 되었다.
 

거대한 존재를 마주하게 될 때 묘한 경외심과 함께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된다. 하지만 호도협으로 향하던 길에서 마주하게 된 거대한 옥룡설산은 목적지를 향해 갈 수록 더 이상 먼 존재가 아니라 가까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차마객잔 그리고 중도객잔으로 향하는 트래킹 코스에서는 그 안에 안기듯 친근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 길에 만난 한 양치기 노인이 아들 녀석에게 자신의 과일을 꺼내어 주는 따뜻한 정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어디를 가나 사람의 마음은 다를 게 없구나 생각하니 마치 우리네 시골길을 걷는 듯 발걸음이 편안해 졌다. 손오공이 갇혀 벌을 받았다는 전설과 함께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옥룡설산, 그리고 호도협. 세계 3대 트래킹 코스라는 타이틀 이전에 한번쯤 푹 빠져볼만 한 그런 곳이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그곳에서의 일주일은 그 전과 그 후의 나를 구분한다.

 

꾸밈없는 자연을 만나는 것처럼 우리네 먹거리를 구입하는 시장은 오늘의 일상을 살아가는 꾸밈없는 우리를 만나는 곳이다. 그 곳에 삶이 있기에 그 곳으로부터 진정한 여행은 시작된다.
돌이켜 보면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것 만큼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골목골목 사람 사는 모습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리장 고성 하늘 위로 뜬 무지개. 저 멀리 쏟아지는 빗줄기와 눈부신 오후 햇살이 만들어 낸 두 개의 무지개가 본격적인 여정을 앞 두고 있는 여행자에게 낙관해도 좋음을 알려 주었다.
 

샹그릴라 꾸청에서는 매일 밤 흥겨운 집단가무가 연출된다. 미리 선곡된 음악만 있을 뿐 정해진 주인공도 정해진 율동도 없다. 남녀노소 중국인 외국인 구애없이 함께 큰 원을 중심으로 흥겨운 시간이 만들어진다. 우리네 인생, 우리네 여행처럼. 설레임 가운데 어색함도 늘 따르는 게 여행이지만 마치 어제 만난 이웃처럼 웃음을 나누면 세계라는 동네 안에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된다.
 

찬림사로 향하는 버스. 번잡하지 않은 버스 건너편 좌석에 함께 한 할머니의 손끝에서 무엇일 지 가늠이 되지 않지만 간절한 희망의 흔적을 느꼈다. 세상이 주는 근심을 잊기 위해 한 알 한 알 염주의 알을 헤아려본다. 

샹그릴라 송찬림사에서 주목한 장면은 송찬림사의 스님이나 현지 관람객 보다는 그 앞 호수의 부유물을 청소하고 있었던 이 아저씨였다. 이 분의 직업인지, 자원봉사로 하시는 지는 복장으로는 알 수가 없었지만 송찬림사의 전체적인 풍경을 완성하는데 이 호수가 매우 중요해 보인다는 점에서 그리고 경건한 분위기의 장소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늘 깨끗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그것이 직업이든 자원봉사든 소리없이 자기 역할을 해 나가는 모습이 다섯가지 색깔의 타루초 아래로 세상을 낚는 듯 그의 그물질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마치 꿈 길을 거니는 듯
그 꿈에서 깨었을 때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래서 더 그리워지는
 

시작할 때의 설레임보다 마무리할 때 아쉬움이 크다면 그 여행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낯선 곳 낯선 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오늘 하루를 살아갈 의미를 찾았다면 그로서 족하다. 리장을 떠나 호도협과 샹그릴라를 거쳐 다시 리장으로 돌아와 보낸 마지막 여정들. 여행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에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